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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천히, 살아내는 중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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치료가  두 달이 넘어가는 시점. ​ 초반에 잠깐 보여준 호전이 지금은 다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. ​ 사실 생각해보면 이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다. 일어서는 것, 밥을 먹는 것, 숨을 쉬고 하루를 버티는 것. 이 모든 것이 이제는 쉽지 않은 아이니까. ​ 그럼에도 치료는 계속되고 있다. 전기침, 약침, 줄기세포… 해볼 수 있는 건 거의 다 하고 있는 상태다. ​ 치료가 길어질수록 비용도 길어지고, 시간도 길어지고, 아이의 체력도 길게 버티기 힘들어진다. ​ 잘 하고 있다고, 고맙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. 조금만 더… 조금만 더 나아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난다. ​ 활동량이 줄어들었고, 환절기 비염까지 겹치면서 잠이 무너졌다. 아이도, 나도. ​ 코가 막히고, 기도가 답답해서 숨 쉬는 것부터가 힘겨운 밤들. 쉬아도 응아도 버거워져서 편히 눕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. ​ 살짝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나는 놀라 깨서 아이를 안아주고, 근육이 굳은 몸을 천천히 풀어주고, 물도 먹여주고… ​ 아이도 지쳐 잠들고 나면 나는 바로 잠을 잘 수 없다. ​ 두통이 찾아오고, 머리가 진득하게 무거워지고, 밤은 길어지고, 다시 아침이 온다. ​ 그렇게 하루가 겹겹이 쌓였다. ​ 이게 내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인가 잠시 흔들린 적도 있었다. ​ 병원에 말씀드리니 노견에게는 흔한 일이라고 했다. 그래서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수면 유도제를 처방받았다. ​ 그날은 정말 잘 잤다. 둘 다. ​ 매일 먹이진 않는다. 버티다가 힘들면 먹이고, 다시 버티고, 또 힘들면 먹인다. ​ 다행히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편안하다. ​ 우리는 그렇게, 아주 천천히 조금씩 살아내고 있다.